2009/10/07 13:13
기억자리/여행
[떠나고 싶은 날, 간이역] 추억도 낭만도 잠시 머무는 곳…느리고 담백한 가을을 만나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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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를 탈 수 있는 서울의 유일한 간이역인 화랑대역은 기차가 하루에 여섯 번 멈추어 늘 한가롭다. 기차 이용객보단 관광객이 더 많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경춘선 화랑대역‥들꽃과 풀들의 속삭임, 지각한 기차마저 반가워
중앙선구둔역‥용문사ㆍ두물머리 가는길, 소박한 시골정취 물씬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아늑한 역사와 죽 뻗은 철로가 있는 간이역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덜컹대던 옛 기차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는 데에 적당히 낡고 작은 간이역만큼 적합한 장소도 드물다. 인적이 드문 역사 안에서는 목소리를 낮춰 동행자와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싶어진다. 도시의 번잡함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가을을 온몸으로 맞이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화랑대,강촌,백양리역 등은 경춘선 복선공사가 끝나면 기차가 정차하지 않게 된다니 미리 추억 여행을 다녀오시길.
◆서울 속 고요한 간이역,화랑대역
모든 것이 빨리 사라지는 서울에서도 70년 동안 제모습을 지키고 있다는 화랑대역을 찾아갔다. 지나가는 주민들을 붙들고 물어봐도 "화랑대 지하철역은 여기인데…. 기차역이 따로 있나요?"라고 어리둥절해하는 경우가 태반일 정도로 화랑대역은 서울 깊숙이 숨어 있었다. 화랑대 기차역이 어디 있는지 묻는 것보다는 차라리 화랑대역 바로 옆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위치를 물어 가는 게 더 빠를 정도다.
기찻길을 옆에 끼고 육사를 바라보며 계속 걷다보니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차 대부분이 화랑대역과 육사 방향 도로가 아닌 다른 길로 빠져서인지 건널목에는 신호등도 없었고 신호등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없었다. 자동차 소리를 뒤로 하고 조금 더 걸어가니 아담한 화랑대역이 나타났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경춘선 화랑대역은 아직도 기차가 다니고 있는 서울의 유일한 간이역이다. 지나가는 기차야 여럿이지만 역에 멈춰서는 기차는 하루에 6대에 불과하고,역 이용 손님도 하루 평균 20명 남짓일 정도로 한가롭다. 기차 승객보다 역의 풍광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날도 있다.
등록문화재 제300호답게 화랑대역 내부는 고풍스러웠다. 역 안은 그림 몇 점과 반질반질한 나무 의자,탁자가 지키고 있을 뿐 한적했다. 소박하고 조용한 역 안에 잠시 앉아있다 보니 기차가 더디게 와도 짜증스럽지 않을 것 같이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철로 옆에는 나무와 풀,꽃이 잘 어우러져 작은 정원같다.
◆MT의 추억을 더듬어가는 경춘선 간이역
대학생들에게 경춘선의 주 용도는 MT였다. 밤에 위장에서 모두 소화될 술과 먹을거리를 비닐봉지와 종이박스에 잔뜩 담아들고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깔깔거리며 친구들과 게임을 했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을 터다.
하지만 경춘선 복선전철 완공을 앞두고 MT의 기억이 서려있는 경춘선 몇몇 역들은 더 이상 기차를 타고 내릴 수 없게 된다. 이미 옛 청평역의 기능은 새 역사로 옮겨갔고,대성리역 옛 역사는 사라진 상태.강촌역과 백양리역도 조만간 폐사가 되어 신축 역사에 역할을 물려주게 될 예정이다. 아직은 기차로 강촌역과 백양리역을 찾아갈 수 있으니 옛 추억을 더듬으러 가보는 건 어떨까. 강촌역과 백양리역 부근에는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 유명한 경강역도 있으니 같이 둘러보는 것도 좋다.
◆아기자기한 간이역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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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의 중앙선 구둔역은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간이역이다. 구둔역에서 내려 잠시 조용한 간이역을 둘러본 뒤,용문사와 두물머리 등 인근 관광지를 찾아가도 괜찮다. 강원도 원주시의 간현역은 붉은 벽돌로 만든 역사가 예쁜 곳으로,부근 간현유원지를 끼우면 나들이 장소로 좋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여행팁]
간이역은 그 자체로도 정취가 서려있고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ㆍ문화적 가치가 있긴 하지만,간이역을 여행의 목적으로 삼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기차여행과 간이역 애호가로 2005년 간이역 문화재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임병국씨는 "간이역 방문은 여행길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덤"이라면서 "마음먹고 간이역을 보러 가면 '역사와 철로밖에 없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기차여행 도중 잠시 들르거나 간이역과 인근 관광지를 묶어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씨는 "마음이 적적하거나 외로울 때 간이역은 '내 역이다'란 느낌을 줄 것"이라고 추천했다.
간이역을 둘러볼 때 기차 시간 확인은 필수다. 간이역의 매력인 한적함은 돌아가는 길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보통 간이역은 기차가 자주 서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모든 기차가 간이역에 정차하는 건 아니므로 차편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차 시간도 상당히 띄엄띄엄 있기 때문에 다음 기차를 놓쳤다가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랬다가는 간이역의 낭만이 악몽으로 돌변할 수 있다.
간이역에서 사람들이 사진찍기 가장 좋아하는 곳은 역시 철로인데,이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간이역에서 정차하지 않더라도 역을 통과하는 기차는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사진에 정신이 팔리다보면 기차가 맹렬하게 진입하는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으니 안전에 유의하자.
간이역 중 무인역에서 표를 살 수 없다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기차 안에서 표를 끊을 수 있기 때문.




